세상사는 이야기

[스크랩] [그레이스 리의 필리핀 통신] 화려한 열대의 꽃

번개 멘 이충원 2017. 1. 24. 11:26

[위드인뉴스 그레이스 리] 

 

필리핀의 여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꽃들이 활짝 핀다. 필리핀은 3월 중순부터 6월까지가 한 여름이다. 그래서 4월과 5월에는 눈을 뜰 수 없는 햇빛과 살을 파고드는 뙤약볕을 느낄 수 있는데 한국에서 꽃의 계절이 봄이라면, 이곳은 여름이 그러하다.

 

 한 겨울에 웬 여름이야기냐고 한다면..... 글쎄, 여름이 너무나 그립고 더운 날에도 선선함을 즐기기 위해 이른 새벽에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이슬로 세수한 예쁜 꽃들의 인사가 너무나 그리워서라고나 할까. 그런데 마침 필리핀의 꽃은 필리핀 사람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

 

▲chichirica(치치리카)

 

▲euporbia(유폴비아-꽃기린)

 

▲gomamella(고마멜라)

 

▲hawaiian flower(하와이안 플라워-칼라츄치)

 

▲makahiya(마카히야-미모사(신경초 꽃))

 

 한국의 봄과 같이, 바람 부는 추운 몇 개월 동안 웅크렸던 꽃망울들이 기지개를 펴는 필리핀의 여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눈이 부셔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길 위함인지, 화려한 열대 지방 꽃들의 빛깔은 한국의 수수하고 은은한 빛깔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열대 기후의 꽃들은 크기도 크고 색깔도 진해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의 꽃은 여리고 가냘프지만, 은은하면서도 강인하게 뿌리내린 작고 아기자기한 꽃들의 조합이라면 이곳 필리핀의 꽃들은 여러 송이가 함께 만발하지 않았어도 듬성듬성 피어 있는 꽃들 하나하나가 크고 눈에 띄게 화려하다.

 

 꽃에 마치 민족의 정서가 나타나기라도 하듯, 혹은 꽃이 민족의 정서를 좌우하기라도 하듯, 수수하게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개개인이 각각의 개성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의 정서와 같이 열대의 꽃들은 화려하게 그 빛깔을 뽐낸다.

 

▲santan(산탄)

 

▲sun drop(썬드랍)

 

▲voungavilla(붕가빌리아-핑크)

 

▲voungavilla(붕가빌리아-화이트)

 

마치 필리핀의 꽃들은 필리핀 사람들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붉다면 태양이 불타듯 붉고, 노랗다면 초록빛 나뭇잎 사이에서 마치 병아리처럼 도드라지게 노랗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필리핀의 꽃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나 기분이 좋을 때, 때를 따라 확실한 이들의 감정을 닮았다.


 또 비록 하얀색 꽃이라고 할지라도 그 디자인이 크고 화려해서 눈에 곧 띄고 마는 필리핀의 꽃들은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힘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곳 사람들의 태도와도 닮았다.

 

▲yellow peanut(옐로 피넛)

 

▲yellowbell(옐로벨)

 

▲그외 이름모를 꽃들

 
 필리핀의 꽃들이 지금은 한껏 줄기 속에 웅크리고 있지만 4월이 되어 만개하면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내뿜듯이 이곳의 가난하고 초라하게 사는 이웃들도 때가 되면 만개하여 세상이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내뿜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곳 필리핀을 사랑하는 한 외국인 이웃으로서, 한 여름에 대지를 꾸민 꽃들의 향연이 그리운 만큼 이 순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빛을 받아 만개하여 자기의 그 고운 빛깔을 세상에 널리 뽐내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다.
  

 



그레이스 리
출처 : 필리핀 바기오의 모든 것
글쓴이 : 유노바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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